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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엠'...1994년 기억을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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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선데이 2022. 3. 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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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선데이= 김종권 기자]    1994년은 45년 인생 중 나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우리 민족 원수(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6.25 때 피난온 실향민이라 안보는 나에게 중요하다) 김일성이 죽었고, 미국 월드컵에서 2무 1패로 아깝게 한국 축구가 예선 탈락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기억은 무척 더웠던 여름이었다. 더위를 무척 타는 나랑 아버지는 무척 힘들었고, 반대로 추위를 타는 어머니와 남동생은 별로 힘들어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 살인적인 더위가 2018년 여름 다시 찾아왔을 때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

 

여러 가지 일이 많았던 1994년 무더웠던 8월 MBC에서 드라마 'M'이 방송됐고,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나는 TV 보면 대학 못 간다는 아버지 호통에 1회만 보고 나머지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드라마 기억이 선명하진 않다. 당시 좋아했던 심은하(남학생들 우상)가 초록색 눈빛으로 다른 사람으로 변했던 게 생각난다. 자세한 줄거리는 잘 모른다. 그 당시 VTR이 없어 녹화도 못 했고, 지금처럼 인터넷,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 드라마였다. 

 

기억 속에 묻혀 있던 드라마 'M'이 창작 뮤지컬로 다시 돌아온다는 보도 자료를 읽고 무척 기대됐다. 그동안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 걸 많이 봤는데 그다지 기억에 남는 건 없다. 2020년 봤던 '또! 오해영'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3월 9일 임시 공휴일(대선) 관람한 뮤지컬 'M'은 생각보다 치밀한 서사, 배우들 뛰어난 연기와 노래, 음산하고 슬픈 무대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라이브 밴드 연주까지 무척 좋았다. 

드라마와 뮤지컬은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1인 2역을 연기했는데 뮤지컬은 두 사람으로 분리했다. 그게 오히려 나아 보인다. 드라마를 끝까지 안 봐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갔지만 뮤지컬을 보니 상황이 이해됐다. 내가 좋아하는 한지상, 윤형렬 열정적인 연기와 노래(특히 한지상 노래와 연기는 좋았다), 신인 김수진(처음 보는데 앞으로 기대되는) 슬픈 눈빛과 안정적인 노래, 앙상블들 창의적인 안무와 열정적인 연기, 노래가 시선을 끌었다. 창작 뮤지컬인데 세련된 느낌을 준다. 꾸준히 공연하면 더 나아질 듯하다. 관객들 반응도 나쁘지 않아 1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계속 공연했으면 한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마리& 김주리' 역 김수진과 '송지석' 역 윤형렬이 나누는 사랑이 슬프고 아름다웠다. 결말이 슬프지 않아 다행이다. 나름 서사가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전개돼 집중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본 한지상(최근 성추행 사건에 휘말린)은 명불허전이었다. 한지상이 나오는 뮤지컬을 10편 정도 봤는데 모두 잘했다. 목소리도 좋고, 연기와 춤도 뛰어난 정말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다. 안타까운 일에 휘말렸는데 잘 해결되길 바란다. 나보단 연예부 기자와 사회부 기자들이 자세한 내막을 알 듯하다. 워낙 뛰어난 배우라 잘 해결되어 뮤지컬에서 자주 봤으면 한다. 

뮤지컬계 귀공자 윤형렬도 간만에 봤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매주 일요일 보는 MBC '복면가왕'에 두 번 나와 모두 3회전 탈락해 슬펐는데(연예인 판정단 문제) 뮤지컬에서 봐야 윤형렬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호감형 얼굴은 여전하다. 그가 나오는 작품은 일단 믿음이 간다. 

 

여주인공 '마리 & 김주리' 역을 연기한 김수진은 약력을 보니 동국대 출신이다. 자기 모교에서 연기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그래선지 9일 김수진 연기와 노래는 안정적이었다. 앞으로 대극장 무대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창작 뮤지컬을 보면서 1994년 기억을 소환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내가 늙었다는 걸 실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 호통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창작 뮤지컬로 완주(?)했다. 이것도 나중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그 때는 내가 60이 넘겠지만. 

 

여름에 보면 더 특별하게 다가올(지금 봐도 상관 없다) 창작 뮤지컬 'M'은 4월 3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한지상, 정동화(김동현), 윤형렬, 박좌헌, 심재현, 이현재, 김수진, 이한별 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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